태담은 뱃속 아기에게 말을 거는 일입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태명을 부르고,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책을 소리 내어 읽어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걸리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아직 듣지도 못한다는데 지금 해도 되는지, 엄마 말고 아빠 목소리도 아기에게 닿는지, 정말 머리가 좋아지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이 글은 그 질문들에 연구로 확인되는 만큼만 답하고, 임신 17주차부터 태담을 시작한 운영자 부부의 경우를 함께 적었습니다.
아기는 언제부터 듣나요
소리를 받아들이는 속귀는 임신 중기에 들어서며 모양을 갖춥니다. 하지만 귀가 만들어지는 것과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태아가 바깥 소리에 심장박동이나 몸짓으로 반응하는 모습은 20주대 중반부터 보이기 시작하고, 거의 모든 태아에게서 확인되는 것은 30주 안팎입니다. 낮은 소리에 먼저 반응하고, 높은 소리에는 그보다 늦게 반응합니다.
그러니 16~20주에 하는 태담은 아기가 말소리를 듣고 기억하는 단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이 시기의 태담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래에서 보듯, 태담이 확실하게 바꾸는 것은 아기보다 말을 거는 사람 쪽이고, 그 변화는 주수와 상관이 없습니다.
뱃속에서 목소리는 어떻게 들릴까
아기는 엄마의 배와 자궁, 양수를 거친 소리를 듣습니다. 이 길을 지나면서 높은 소리는 많이 줄고 낮은 소리는 비교적 잘 전해집니다. 그래서 뱃속에서 듣는 말은 또렷한 낱말이라기보다 억양과 리듬, 말의 높낮이에 가깝습니다. 수영장 물속에서 바깥 사람의 말소리를 듣는 것을 떠올리면 비슷합니다.
엄마 목소리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배 밖에서 공기를 타고 들어오는 소리에 더해, 엄마 몸 안을 울리며 바로 전해지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누구의 목소리보다 크고 자주 들립니다. 아빠나 다른 가족의 목소리는 배 밖에서 들어오는 길 하나뿐입니다.
연구가 보여 주는 것
태아와 갓난아기가 목소리를 어떻게 듣는지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연구됐습니다. 결과를 네 가지로 추리면 이렇습니다.
- 갓 태어난 아기는 엄마 목소리를 가려낸다 — 태어난 지 사흘이 안 된 아기들이 젖꼭지를 빠는 속도를 바꿔, 낯선 여성의 목소리보다 엄마 목소리가 나오는 쪽을 골랐습니다(1980년 연구).
- 뱃속에서 되풀이해 들은 이야기를 알아본다 — 임신부 16명이 출산 전 6주 남짓 같은 동화의 한 대목을 하루 두 번씩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태어난 아기들은 처음 듣는 글보다 그 대목을 더 들으려 했고, 엄마가 아닌 다른 여성이 읽어도 그랬습니다(1986년). 목소리만이 아니라 반복된 말의 리듬을 익혔다는 뜻입니다.
- 아빠 목소리에도 반응한다 — 만삭 무렵 태아에게 아빠와 엄마가 각각 이야기를 읽은 녹음을 들려주자, 두 목소리 모두에서 심장박동이 빨라졌습니다. 다만 태어난 뒤 아기가 더 들으려 한 것은 엄마 목소리였고, 아빠 목소리를 따로 고르지는 않았습니다(2014년).
- 되풀이해 들은 소리는 뇌에 흔적을 남긴다 — 임신 후기 몇 주 동안 같은 가짜 낱말을 반복해 들은 아기들은 태어난 뒤 그 낱말과 살짝 달라진 소리를 뇌파에서 구별했습니다. 많이 들은 아기일수록 반응이 컸습니다(2013년).
네 연구에는 공통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대부분 임신 후기, 아기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다음에 이루어졌다는 것, 그리고 아기가 익힌 것은 말의 뜻이 아니라 소리의 익숙함이라는 것입니다.
연구가 보여 주지 않는 것
태담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말문이 빨리 트인다, 성격이 순해진다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이를 확인한 연구는 없습니다. 위의 연구들이 보여 준 것은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아기의 반응입니다. 태담을 한 아기와 하지 않은 아기를 몇 년 뒤까지 따라가 지능이나 언어 발달을 견준 결과가 아닙니다. 태교 음악의 모차르트 효과가 근거를 잃은 것과 같은 이유로, 무럭달력은 태담을 두뇌 발달 방법으로 소개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태담을 하지 못했다고 아기에게 손해가 생긴다는 근거도 없습니다. 입덧이 심하거나 바빠서 건너뛴 날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태담을 하는 이유
근거가 비교적 분명한 쪽은 아기가 아니라 부모입니다. 임신 중 아기에게 말을 걸거나 배를 쓰다듬는 시간을 자주 갖는 부모일수록 태아에 대한 애착 점수가 높게 나온다는 조사가 여럿 있습니다. 함께 나타난다는 관계라서 태담이 원인이라고 못 박을 수는 없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 아기를 한 사람으로 대하는 연습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배 속 아기를 몸으로 느낄 수 없는 아빠에게는 태담이 임신 기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습관은 태어난 뒤에 그대로 쓰입니다. 갓난아기에게 말을 많이 걸어 주는 것이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뱃속 태담에 대한 근거보다 훨씬 탄탄합니다. 임신 중에 소리 내어 말을 거는 일이 익숙해지면 출산 뒤에도 자연스럽게 이어 가기 쉽습니다.
운영자의 경우 — 17주차부터, 자기 전에 팔팔이에게
운영자 부부는 임신 17주차부터 태담을 시작했습니다. 아기의 태명은 팔팔이입니다.
- 하는 것 — 태명을 불러 주고, 책을 사서 읽어 줍니다.
- 하는 때 — 거의 자기 전에 많이 한 것 같습니다.
- 처음 느낌 — 예비 엄마의 배 가까이에서 글을 읽어 주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이상했습니다.
- 아기 반응 — 아직 없습니다.
앞의 내용과 맞대 보면, 17주는 아기가 소리에 반응하는 시기보다 이릅니다. 반응이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때입니다. 첫 태동도 첫 임신이라면 보통 18~20주 무렵, 늦으면 20주를 넘겨 느끼고, 그 뒤에도 움직임이 목소리에 대한 대답인지는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 운영자 부부의 태담은 팔팔이가 듣는 시간이라기보다 말을 거는 쪽이 아기를 부르는 데 익숙해지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책 읽기는 위의 연구들과 가장 닮은 방식입니다. 연구에서 아기가 알아본 것은 여러 번 되풀이해 들은 대목이었습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30주 무렵부터는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정해 반복해 읽는 것도 방법입니다. 처음의 어색함을 덜 수 있는 방법은 아래에 따로 모았습니다.
어색함을 덜고 꾸준히 하는 방법
- 때를 정해 두기 — 자기 전이나 출근 전처럼 하루 중 한 때를 정해 두면 따로 마음먹지 않아도 이어집니다.
- 태명으로 시작하기 — 할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태명을 부르고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책을 대본 삼기 — 즉석에서 말을 지어내기가 어색하면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글이 정해져 있어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 하루 일을 들려주기 — 오늘 먹은 것, 날씨, 검진에서 들은 것처럼 평소에 나누는 이야기를 아기에게 건네는 말투로 바꿔 봅니다.
- 평소 목소리로 — 크게 말하거나 배에 입을 바짝 댈 필요는 없습니다. 낮은 소리가 잘 전해지므로 편하게 내는 목소리면 됩니다.
- 짧아도 괜찮게 — 몇 분이면 충분합니다. 길게 하려다 부담이 되면 오히려 이어 가기 어렵습니다.
주수별로 보면
- 16~22주 — 아기가 소리에 반응하기 전입니다. 말을 거는 사람이 익숙해지는 시기로 생각하고, 짧게라도 습관을 만듭니다.
- 24~30주 — 소리에 반응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태동이 잦아져 말을 건 뒤 움직임을 기다려 보는 재미가 생길 수 있지만, 그 움직임이 대답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 30주 이후부터 출산까지 — 연구 대부분이 다룬 시기입니다. 같은 책이나 노래를 되풀이하면 아기에게 익숙한 소리가 됩니다.
- 출산 뒤 — 같은 태명, 같은 책, 같은 노래를 이어 갑니다. 이때부터 건네는 말은 아기의 언어 발달에 직접 닿습니다.
정리하면
태담은 아기를 똑똑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아기에게 말을 거는 습관을 일찍 들이는 일입니다. 17주처럼 아기가 아직 소리를 듣지 못하는 때에 시작해도 이르지 않고, 반응이 없어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하루 몇 분, 태명 한 번이면 시작하기에 충분합니다.
참고한 자료
- DeCasper AJ, Fifer WP, Of human bonding: newborns prefer their mothers' voices, Science 1980;208(4448):1174-1176
- DeCasper AJ, Spence MJ, Prenatal maternal speech influences newborns' perception of speech sounds, Infant Behav Dev 1986;9(2):133-150
- Partanen E 외, Learning-induced neural plasticity of speech processing before birth, PNAS 2013;110(37):15145-15150
- Lee GY, Kisilevsky BS, Fetuses respond to father's voice but prefer mother's voice after birth, Dev Psychobiol 2014;56(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