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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초기

엽산과 철분, 언제부터 언제까지 먹나요

엽산은 임신 전부터, 철분은 16주부터 먹습니다. 시기가 다른 이유와 흡수를 방해하는 조합, 17주부터 보건소 철분제를 먹고 있는 운영자의 후기를 정리했어요.

임신 중 영양제는 종류가 끝없이 나오지만, 근거가 분명하고 거의 모든 지침에서 권하는 것은 엽산과 철분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먹는 시기가 다릅니다. 임신을 알자마자 둘 다 사서 함께 먹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순서가 있습니다.

처음 글을 올린 8월 4일 뒤로, 무럭달력 운영자가 임신 17주부터 실제로 철분제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10월 1일에 그 후기와 함께 보건소에서 철분제를 받는 법, 과일과 함께 먹을 때 알아 둘 것, 변비를 기록하는 법을 덧붙였습니다.

엽산 — 임신 전부터 12주까지

엽산이 중요한 이유는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예방하기 때문입니다. 신경관은 뇌와 척수가 되는 구조인데, 임신 4주 무렵에 닫힙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임신을 알게 되는 시점은 보통 생리가 늦어진 뒤인 5~6주입니다. 그때는 이미 신경관이 닫힌 뒤입니다. 그래서 엽산은 "임신을 알고 시작하는 영양제"가 아니라 "임신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먹는 영양제"입니다.

  • 임신 계획 단계부터 하루 400㎍의 보충제를 권합니다. 최소 임신 3개월 전부터가 이상적입니다.
  •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 임신부의 엽산 권장섭취량은 하루 620㎍ DFE입니다. 이 수치는 음식으로 먹는 양까지 합친 총량이고, 보충제로 따로 챙기는 양은 400~600㎍ 선입니다.
  • 12주가 지나도 계속 먹어서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임신 기간 내내 이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 이전 임신에서 신경관 결손이 있었거나 항경련제 같은 특정 약을 먹는 경우에는 고용량을 처방받습니다. 임의로 용량을 올리지 마세요.

엽산이 많은 음식은 시금치,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콩류, 아보카도, 오렌지입니다. 다만 엽산은 열에 약해서 오래 익히면 상당량이 손실됩니다. 음식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것이 보충제를 권하는 이유입니다.

철분 — 보통 16주부터

철분을 초기부터 먹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초기에는 아직 빈혈이 흔하지 않습니다. 둘째, 철분은 속쓰림과 변비를 잘 일으켜서 입덧이 심한 시기에 겹치면 견디기 어렵습니다.

  • 임신 중기 이후 혈액량이 크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헤모글로빈이 떨어져 빈혈이 흔해집니다. 그래서 보통 16주 무렵부터 시작합니다.
  •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 임신부 철 권장섭취량은 하루 24㎎, 상한섭취량은 45㎎입니다.
  • 인터넷에 도는 하루 27㎎은 미국 기준입니다. 한국 기준은 24㎎이니 혼동하지 마세요.
  • 출산 시 출혈에 대비해 후기까지 이어가고, 출산 후에도 한동안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 용량은 빈혈 수치를 보고 정합니다. 검진 때 혈액검사 결과를 보고 담당 선생님이 조절해 주십니다.

운영자의 경우 — 17주부터, 보건소에서 받은 알약

운영자는 임신 17주부터 철분제를 먹고 있습니다. 따로 산 제품이 아니라 중랑구 보건소에서 받은 알약입니다.

  • 먹는 방법 — 사과나 키위를 먹고 난 다음에 철분제를 먹습니다.
  • 메스꺼움 — 없습니다.
  • 변비 — 약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화장실에 간 것을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같다"고 적은 것은 아직 기록을 시작하기 전이라 느낌으로만 말할 수 있어서입니다. 아래에 보건소 철분제를 받는 방법, 과일과 함께 먹는 방식이 근거와 어디까지 맞는지, 변비를 기록할 때 무엇을 적으면 진료 때 쓸모가 있는지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보건소 철분제 — 16주부터 5개월분, 소득 기준 없음

철분제를 꼭 사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전국 보건소가 임산부에게 철분제를 현물로 줍니다. 정부24에 안내된 기준은 이렇습니다.

  • 대상 — 임신 16주 이상이고 보건소에 등록한 임산부. 소득 기준은 없습니다.
  • 지원 — 임신 16주부터 철분제 5개월분.
  • 신청 — 주소지 보건소에 가거나 정부24에서 온라인으로. 임신확인서가 필요합니다.
  • 엽산제도 같은 방식으로 임신 전후 3개월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초기에 보건소에 임산부 등록을 해 두면 철분제 시기에 다시 서류를 챙길 일이 줄어듭니다.

5개월을 주로 바꾸면 21~22주쯤이라, 운영자처럼 17주에 시작하면 대략 출산 무렵까지 이어지는 양입니다. 다만 보건소마다 한 번에 몇 달 치를 나눠 주는지, 어떤 제품을 주는지는 다를 수 있으니 받으러 가기 전에 주소지 보건소에 한 번 확인하세요. 문의는 보건복지상담센터 129로도 됩니다.

과일 다음에 먹기 — 키위와 사과는 다릅니다

비타민C가 식물성 철분의 흡수를 돕는다는 것은 오래된 사실이고, 그래서 과일과 함께 먹으라는 조언이 흔합니다. 운영자의 방식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과일마다 비타민C 양은 크게 다릅니다.

  • 키위(그린) — 100g에 약 93㎎. 과일 가운데서도 많은 편입니다.
  • 사과 — 100g에 약 5㎎. 키위의 20분의 1 정도입니다.

비타민C를 노린다면 사과보다 키위 쪽이 그 역할에 맞습니다. 그렇다고 사과를 먹은 날이 손해라는 뜻은 아닙니다. 비타민C를 얼마나 곁들여야 실제 빈혈 회복에 차이가 나는지는 생각보다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0년 JAMA Network Open에 실린 무작위 임상시험은 철결핍성 빈혈이 있는 성인 440명을 둘로 나눠, 철분제만 먹은 쪽과 철분제에 비타민C 200㎎을 더한 쪽을 비교했습니다. 2주 뒤 헤모글로빈은 각각 1.84와 2.00g/dL 올라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고, 연구진은 비타민C를 따로 챙길 필요는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임신부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적어도 비타민C 보충제를 따로 사야 할 이유는 약합니다. 과일은 과일로 즐기고, 우유·커피·차와 시간을 벌리는 쪽이 더 확실한 요령입니다.

변비가 있는 것 같다면 — 무엇을 기록할까

철분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 변비이고, 임신 자체도 장 움직임을 느리게 만듭니다. 그래서 철분제를 먹는 임신부에게 변비는 흔한 일입니다. 운영자처럼 "약간 있는 것 같다"는 단계에서 기록을 시작하면, 다음 검진 때 느낌 대신 숫자로 말할 수 있습니다. 변비를 판단할 때 의사들이 보는 항목에 맞춰 적으면 좋습니다.

  • 횟수 — 일주일에 몇 번 갔는지. 주 3회 미만이면 변비로 보는 기준에 들어갑니다.
  • 굳기 — 딱딱하거나 토끼 똥처럼 덩어리졌는지.
  • 힘주기 — 오래 또는 세게 힘을 줘야 했는지.
  • 남은 느낌 — 다 보고도 시원하지 않았는지.
  • 철분제 먹은 시각 — 위의 항목과 나란히 적어 두면 철분제와 관계가 있는지 보기 쉽습니다.

물과 섬유질을 늘리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래도 불편하면 철분제를 임의로 끊기보다 기록을 들고 상의하세요. 복용 시간을 바꾸거나 제품·제형을 바꾸는 방법이 있고, 임신 중에 쓸 수 있는 변비약도 있습니다. 변에 피가 섞이거나 배가 심하게 아프면 다음 검진을 기다리지 말고 진료를 받으세요.

철분을 잘 먹는 요령

철분은 흡수가 까다로운 영양소입니다. 같은 양을 먹어도 무엇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흡수율이 크게 달라집니다.

  • 비타민C와 함께 먹으면 흡수가 올라갑니다. 오렌지주스나 과일과 함께 드세요.
  • 우유, 커피, 홍차, 녹차와는 두 시간 간격을 두세요. 칼슘과 탄닌이 흡수를 방해합니다.
  • 공복에 흡수가 잘 되지만 속이 쓰리면 식후로 옮기세요. 아예 못 먹는 것보다 흡수율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 낫습니다.
  • 칼슘 보충제와 시간을 벌려 드세요. 함께 먹으면 서로 방해합니다.
  • 변비와 검은 변은 흔한 부작용입니다. 검은 변은 걱정할 일이 아니고, 변비에는 물과 섬유질을 늘려 보세요.
  • 그래도 견디기 어려우면 제형을 바꿀 수 있습니다. 헴철이나 액상 제품이 속에 덜 부담되는 경우가 있으니 상의해 보세요.

철분이 많은 음식은 붉은 고기, 간, 콩류, 시금치, 두부입니다. 고기에 든 헴철이 식물성 철분보다 흡수가 잘 됩니다. 채식을 하신다면 비타민C를 함께 챙기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그 밖의 영양제는요

  • 칼슘 — 임신했다고 권장량이 늘지 않습니다.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 임신부 칼슘 권장섭취량은 비임신 성인 여성과 같은 하루 700㎎입니다. 임신 중에는 흡수율 자체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제품을 거의 먹지 않는다면 식단을 점검해 보세요.
  • 비타민D — 부족한 사람이 많아 검사 결과에 따라 보충을 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의 고용량은 피하세요.
  • 오메가3(DHA) — 태아 뇌와 망막 발달에 쓰인다는 근거가 있지만, 엽산·철분만큼 강하게 권고되지는 않습니다. 생선을 잘 먹는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종합비타민 — 성분이 겹쳐 과잉이 되기 쉽습니다. 특히 비타민A는 임신 중 과다 섭취를 주의해야 합니다. 먹고 있는 것을 모두 적어 진료 때 보여 주세요.

정리하면

  • 임신 계획 단계 ~ 12주 — 엽산 보충제 하루 400~600㎍
  • 16주 ~ 출산 후 — 철분 하루 24㎎(상한 45㎎), 빈혈 수치에 따라 조절
  • 그 밖의 영양제는 검사 결과와 식습관을 보고 필요한 것만

용량과 시작 시점은 개인의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기준이고, 실제 복용은 산부인과 전문의의 안내를 따라 주세요.

참고한 자료

*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글이에요. 몸 상태와 상황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으니, 판단이 필요한 일은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