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은 임신부의 절반 이상이 겪습니다. 그런데 겪는 양상이 저마다 달라서, 아침에만 울렁이는 사람이 있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넘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어권에서 'morning sickness'라고 부르지만 아침에만 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부터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hCG를 비롯한 호르몬 변화가 관련 있다고 보지만, "이걸 하면 낫는다"는 방법이 없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대신 덜 힘들게 지나가는 요령은 분명히 있고, 심할 때 쓸 수 있는 약도 있습니다.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나요
- 보통 임신 6주 무렵 시작합니다. 이르면 4주부터 느끼는 분도 있습니다.
- 9주 전후가 가장 심한 시기입니다.
- 12~14주에 잦아드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 다만 16주를 넘기는 분도, 임신 기간 내내 이어지는 분도 있습니다. 드물지 않은 일이고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 쌍둥이 임신에서는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먹는 것 — 빈속을 만들지 마세요
입덧 대처의 핵심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먹느냐입니다. 위가 비면 훨씬 심해집니다.
- 두세 시간마다 조금씩 드세요. 한 끼를 제대로 먹으려 애쓰기보다 하루에 여섯 번 나눠 먹는 쪽이 낫습니다.
- 침대 옆에 크래커나 마른 시리얼을 두고, 일어나기 전에 한두 개 먹고 천천히 일어나세요. 밤새 빈 위로 갑자기 일어나면 가장 심합니다.
- 뜨거운 음식보다 차거나 미지근한 음식이 냄새가 덜 납니다. 김밥, 샌드위치, 과일처럼 식혀 먹는 것이 넘어가기 쉽습니다.
-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오히려 울렁입니다. 얼음을 녹여 먹거나 빨대로 조금씩 마셔 보세요.
- 단백질을 조금씩 곁들이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견과류, 치즈, 삶은 달걀이 자주 추천됩니다.
- 기름지고 매운 음식, 탄산, 카페인은 대개 상황을 나쁘게 만듭니다.
먹고 싶은 것만 먹어도 됩니다. 초기에는 균형 잡힌 식단보다 무엇이든 위에 남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기는 이 시기에 아주 작아서 열량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냄새 — 가장 흔한 방아쇠
- 밥 짓는 냄새, 세제와 섬유유연제, 반찬 냄새가 가장 많이 지목됩니다.
- 조리는 가족에게 맡기고 환기를 자주 하세요. 주방에 들어가지 않는 것만으로 훨씬 나아지는 분이 많습니다.
- 레몬이나 페퍼민트처럼 본인이 괜찮은 향을 손수건에 묻혀 두고, 냄새가 올 때 코에 대는 방법이 흔히 쓰입니다.
- 향수와 방향제는 잠시 치워 두세요. 평소 좋아했던 향도 이 시기에는 견디기 어려워집니다.
시도해 볼 만한 것들
- 생강 — 생강차, 생강 사탕, 생강 절임. 효과를 봤다는 분이 꽤 많고 여러 지침에서도 권합니다.
- 비타민 B6(피리독신) — 입덧에 쓰이는 성분입니다. 복용량은 산부인과에서 정해 주는 대로 드세요.
- 손목 지압 밴드 — 근거가 강하지는 않지만 부작용이 없어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 충분한 잠 — 피로가 입덧을 키웁니다. 초기의 졸음은 참지 말고 자는 편이 낫습니다.
- 천천히 일어나기, 식후에 바로 눕지 않기
약을 먹어도 됩니다
"임신 중에는 약은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해 혼자 버티는 분이 많습니다. 입덧에는 임신 중 안전성이 확인된 약이 있습니다.
- 국내에서 1차로 쓰이는 것은 독실아민과 피리독신(비타민 B6)을 합친 제제입니다. 디클렉틴이 대표적인 제품명입니다.
- 미국 FDA는 이 조합을 임신부에게 가장 안전한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선천성 기형 위험이 늘지 않는다는 자료가 축적돼 있습니다.
- 잠이 오는 것이 가장 흔한 부작용입니다. 자기 전에 먹도록 안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효과가 부족하면 다른 계열의 약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으세요.
- 약국에서 임의로 구하거나 다른 사람 약을 먹지는 마세요.
임신오조 — 병원에 가야 하는 기준
입덧이 심해져 탈수와 체중 감소로 이어진 상태를 임신오조라고 합니다. 수액과 약으로 충분히 조절되니 참지 마세요.
- 하루 종일 아무것도 넘기지 못하고 물까지 토할 때
- 소변이 눈에 띄게 줄고 색이 진해질 때 — 탈수 신호입니다.
- 임신 전보다 체중이 5% 이상 줄었을 때
- 어지럽고 일어서면 눈앞이 아득할 때
- 구토물에 피가 섞였을 때
- 38도 이상 열이 함께 날 때 — 이때는 입덧이 아닌 다른 원인일 수 있습니다.
임신오조로 진단되면 수액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항구토제를 씁니다. 필요하면 입원해 며칠 조절하기도 합니다. 치료 가능한 상태라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하고 싶은 말
입덧은 의지로 조절되는 것이 아닙니다. "먹어야 아기가 큰다", "마음을 편히 먹어라" 같은 말이 가장 지치게 만듭니다. 도움이 되는 것은 조리 냄새를 대신 맡아 주는 것, 먹을 수 있는 것을 사다 주는 것, 그리고 낮에 잠깐이라도 자게 해 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