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은 임신부의 절반 이상이 겪습니다. 그런데 겪는 양상이 저마다 달라서, 아침에만 울렁이는 사람이 있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넘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어권에서 'morning sickness'라고 부르지만 아침에만 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부터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hCG를 비롯한 호르몬 변화가 관련 있다고 보지만, "이걸 하면 낫는다"는 방법이 없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대신 덜 힘들게 지나가는 요령은 분명히 있고, 심할 때 쓸 수 있는 약도 있습니다.
운영자의 경우 — 11~13주, 신 것으로 버텼습니다
무럭달력 운영자는 임신 11주부터 13주까지 약 3주 동안 입덧이 가장 심했습니다. 냉장고를 열면 올라오는 음식 냄새도 견디기 어려웠고, 밥 한 끼를 제대로 먹는 날이 드물었습니다.
그 시기에 실제로 효과를 본 것은 아주 신 음식과 과일이었습니다. 가장 잘 들은 것은 키위였고, 그다음이 레몬을 띄운 물이었습니다. 레몬 사탕도 늘 가지고 다니며 자주 먹었습니다. 반대로 그 밖에 시도한 방법들은 솔직히 뚜렷한 효과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운영자에게 맞은 방법이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입덧은 사람마다 양상이 크게 달라서, 아래에 정리한 방법도 하나씩 시도해 보며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무엇이 연구로 확인된 방법이고 무엇이 경험담에 가까운지는 구분해 적었습니다.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나요
- 보통 임신 6주 무렵 시작합니다. 이르면 4주부터 느끼는 분도 있습니다.
- 9주 전후가 가장 심한 시기입니다.
- 12~14주에 잦아드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 다만 16주를 넘기는 분도, 임신 기간 내내 이어지는 분도 있습니다. 드물지 않은 일이고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 쌍둥이 임신에서는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먹는 것 — 빈속을 만들지 마세요
입덧 대처의 핵심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먹느냐입니다. 위가 비면 훨씬 심해집니다.
- 두세 시간마다 조금씩 드세요. 한 끼를 제대로 먹으려 애쓰기보다 하루에 여섯 번 나눠 먹는 쪽이 낫습니다.
- 침대 옆에 크래커나 마른 시리얼을 두고, 일어나기 전에 한두 개 먹고 천천히 일어나세요. 밤새 빈 위로 갑자기 일어나면 가장 심합니다.
- 뜨거운 음식보다 차거나 미지근한 음식이 냄새가 덜 납니다. 김밥, 샌드위치, 과일처럼 식혀 먹는 것이 넘어가기 쉽습니다.
-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오히려 울렁입니다. 얼음을 녹여 먹거나 빨대로 조금씩 마셔 보세요.
- 단백질을 조금씩 곁들이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견과류, 치즈, 삶은 달걀이 자주 추천됩니다.
- 기름지고 매운 음식, 탄산, 카페인은 대개 상황을 나쁘게 만듭니다.
먹고 싶은 것만 먹어도 됩니다. 초기에는 균형 잡힌 식단보다 무엇이든 위에 남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기는 이 시기에 아주 작아서 열량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냄새 — 가장 흔한 방아쇠
- 밥 짓는 냄새, 세제와 섬유유연제, 반찬 냄새가 가장 많이 지목됩니다.
- 조리는 가족에게 맡기고 환기를 자주 하세요. 주방에 들어가지 않는 것만으로 훨씬 나아지는 분이 많습니다.
- 레몬이나 페퍼민트처럼 본인이 괜찮은 향을 손수건에 묻혀 두고, 냄새가 올 때 코에 대는 방법이 흔히 쓰입니다.
- 향수와 방향제는 잠시 치워 두세요. 평소 좋아했던 향도 이 시기에는 견디기 어려워집니다.
시도해 볼 만한 것들
- 생강 — 생강차, 생강 사탕, 생강 절임. 효과를 봤다는 분이 꽤 많고 여러 지침에서도 권합니다.
- 비타민 B6(피리독신) — 입덧에 쓰이는 성분입니다. 복용량은 산부인과에서 정해 주는 대로 드세요.
- 손목 지압 밴드 — 근거가 강하지는 않지만 부작용이 없어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 충분한 잠 — 피로가 입덧을 키웁니다. 초기의 졸음은 참지 말고 자는 편이 낫습니다.
- 천천히 일어나기, 식후에 바로 눕지 않기
신맛은 정말 도움이 될까요
레몬과 신 과일은 입덧 경험담에 가장 자주 나오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연구로 확인된 정도는 생강이나 비타민 B6보다 약하고, 지금까지의 연구도 대부분 먹는 것이 아니라 향을 맡는 방식이었습니다.
- 이란 비르잔드에서 가벼운~중간 정도 입덧이 있는 임신부 90명을 둘로 나눠, 한쪽은 레몬과 페퍼민트 향을 함께 맡게 하고 다른 쪽과 비교한 시험이 있습니다(Safajou 등, 2020). 첫날에는 차이가 없었고, 둘째 날부터 넷째 날까지 향을 맡은 쪽의 메스꺼움·구토 점수가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 이란 타브리즈에서 레몬 향만 맡게 한 시험(100명)도 있지만, 이런 연구들은 대개 한 지역의 소규모 시험이고 기간이 며칠로 짧습니다.
- 키위나 레몬을 먹는 것 자체를 시험한 연구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신맛은 효과가 입증된 치료라기보다, 부작용 걱정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신 과일이 넘어간다면 물과 비타민 C를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합니다. 키위는 100g에 비타민 C가 90mg 안팎으로 과일 가운데서도 많은 편입니다. 다만 빈속에 신 것을 많이 먹으면 속쓰림이 심해지는 사람도 있으니, 크래커 같은 마른 음식과 번갈아 드세요.
약을 먹어도 됩니다
"임신 중에는 약은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해 혼자 버티는 분이 많습니다. 입덧에는 임신 중 안전성이 확인된 약이 있습니다.
- 국내에서 1차로 쓰이는 것은 독실아민과 피리독신(비타민 B6)을 합친 제제입니다. 디클렉틴이 대표적인 제품명입니다.
- 미국 FDA가 임신부의 구역·구토 치료제로 허가한 조합이고, 선천성 기형 위험이 늘지 않는다는 자료가 쌓여 있습니다.
- 잠이 오는 것이 가장 흔한 부작용입니다. 자기 전에 먹도록 안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효과가 부족하면 다른 계열의 약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으세요.
- 약국에서 임의로 구하거나 다른 사람 약을 먹지는 마세요.
입덧약은 2024년 6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독실아민과 피리독신 복합제는 2015년 국내에서 처음 허가된 뒤 9년 가까이 비급여로 처방됐습니다. 당시에는 한 알에 1,500~2,000원, 한 달이면 10만 원 안팎이 든다는 보도가 있었고, 그 때문에 약을 망설였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2024년 6월부터 오리지널 제품과 같은 성분의 제품 4종에 건강보험이 적용됐습니다. 지금 검색되는 옛 가격 글은 보험 적용 전 기준이니, 비용 때문에 혼자 버티고 있다면 다시 확인해 볼 만합니다.
- 대상 — 식사 조절 같은 보존적 방법으로 나아지지 않는 임부의 구역과 구토입니다. 산부인과 진료에서 처방받습니다.
- 먹는 법 — 처음에는 하루 한 번 자기 전에 2정을 먹고, 나아지지 않으면 하루 1정씩 늘려 최대 4정까지 씁니다. 장에서 녹도록 만든 약이라 쪼개거나 씹지 않고 그대로 삼킵니다.
- 실제 약값 — 보험이 적용된 값으로 계산되며 약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신오조 — 병원에 가야 하는 기준
입덧이 심해져 탈수와 체중 감소로 이어진 상태를 임신오조라고 합니다. 수액과 약으로 충분히 조절되니 참지 마세요.
- 하루 종일 아무것도 넘기지 못하고 물까지 토할 때
- 소변이 눈에 띄게 줄고 색이 진해질 때 — 탈수 신호입니다.
- 임신 전보다 체중이 5% 이상 줄었을 때
- 어지럽고 일어서면 눈앞이 아득할 때
- 구토물에 피가 섞였을 때
- 38도 이상 열이 함께 날 때 — 이때는 입덧이 아닌 다른 원인일 수 있습니다.
임신오조로 진단되면 수액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항구토제를 씁니다. 필요하면 입원해 며칠 조절하기도 합니다. 치료 가능한 상태라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하고 싶은 말
입덧은 의지로 조절되는 것이 아닙니다. "먹어야 아기가 큰다", "마음을 편히 먹어라" 같은 말이 가장 지치게 만듭니다. 도움이 되는 것은 조리 냄새를 대신 맡아 주는 것, 먹을 수 있는 것을 사다 주는 것, 그리고 낮에 잠깐이라도 자게 해 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