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독감 주사 맞으셨어요?”라는 질문을 받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임신 중에 권하는 접종은 둘이고, 제도상 처지가 정반대입니다. 하나는 무료이고 하나는 아닙니다. 하나는 아무 때나 맞아도 되고 하나는 주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인플루엔자와 백일해(Tdap)를 국내 기준으로, 검색으로는 잘 안 나오는 지자체 지원까지 정리했습니다.
먼저 한눈에 — 두 접종은 성격이 다릅니다
- 인플루엔자 — 국가예방접종(NIP) 대상입니다. 무료이고,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언제든 맞을 수 있습니다. 2026-2027절기 임신부 지원 기간은 2026년 9월 2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입니다.
- 백일해(Tdap) — 국가예방접종 백신 목록에는 있지만 무료 지원 대상이 만 12세 이하 어린이라서, 임신부는 원칙적으로 전액 본인이 냅니다. 권장 시기는 임신 27~36주이고, 임신할 때마다 다시 맞습니다.
- 두 백신 모두 불활화 백신이라 임신 중 접종이 금기가 아닙니다. 임신 중 피하는 것은 생백신입니다.
무료냐 아니냐가 돈 문제만은 아닙니다. 무료인 쪽은 전국 어디서나 같은 방식으로 받지만, 무료가 아닌 쪽은 사는 곳에 따라 지원이 있기도 없기도 하고 신청 방법도 다릅니다. 순서를 잘못 잡으면 받을 수 있었던 지원을 놓칩니다.
인플루엔자 — 9월 21일부터 4월 30일까지, 주수와 관계없이
임신부는 2019-2020절기부터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입니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의 2026-2027절기 안내는 이렇습니다.
- 지원 기간 — 2026년 9월 21일 ~ 2027년 4월 30일. 올해는 유행이 이르게 시작돼 예년보다 한 주 앞당겼습니다. 임신 주수는 상관없습니다.
- 필요한 것 — 산모수첩, 임신확인서, 의사소견서 등 임신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보건소에 임산부 등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무료인 백신은 3가입니다 — 이번 절기 국가예방접종용 백신이 3가라서, 4가를 맞으면 무료가 아닙니다. 어느 쪽인지 접종 전에 확인하세요.
- 개시일 전에 맞으면 무료가 아닙니다 — 9월 21일 이전 접종은 나중에 비용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며칠 차이로 3만 원 가까이 갈립니다.
- 접종 장소 —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약 2.3만 개 위탁의료기관과 보건소. 다만 백신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방문하라고 안내합니다.
일정이 앞당겨진 것은 유행이 일러서입니다. 질병관리청은 2026년 9월 11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임신부에게는 이 발령이 실질적으로 중요합니다 — 유행주의보 기간에는 고위험군에 한해 검사로 확진하지 않아도 항바이러스제(오셀타미비르 등)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그 고위험군에 “임신부 또는 출산 2주 이내 산모”가 들어갑니다. 증상이 있을 때 진료를 미루지 않아도 되는 근거입니다.
통념 하나 — “임신 중엔 아무것도 안 맞는 게 안전하다”
가장 자주 보는 생각인데, 국내외 지침은 반대 방향입니다. 임신부는 접종을 미루는 집단이 아니라 우선 접종하는 집단으로 분류됩니다. 이유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임신부가 걸리면 입원할 위험이 높아집니다. 임신 중에는 폐활량이 줄고 면역 상태가 달라져 호흡기 감염에 여유가 없습니다. 확진자들을 모아 비교한 메타분석에서 임신부의 입원 위험은 비임신 여성의 2.44배였습니다.
둘째, 아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생후 6개월이 지나야 맞힐 수 있어, 겨울에 태어난 아기는 그 기간을 스스로는 아무 방어 수단 없이 보냅니다. 임신 중 접종으로 만들어진 항체가 태반을 지나 그 공백을 메웁니다.
- 임신부 본인 —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을 막는 효과가 40%(95% 신뢰구간 12~59%)로 보고됩니다.
- 태어난 아기 — 생후 6개월 미만 전체로는 34%입니다. 생후 3개월 미만은 53%, 임신 3기 접종은 52%로 올라갑니다.
“그래도 태아에게 해롭지 않을까”
가장 많이 걸리는 지점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 자료는 건강보험 모자 연계 자료를 쓴 2025년 연구인데, 성향점수로 짝지은 산모 174,008쌍과 신생아 53,344쌍에서 조산·저체중·선천기형·사망 위험이 올라가지 않았고 자간전증이나 산전출혈과도 연관이 없었습니다. 2017년 미국 연구가 접종 후 28일 이내 자연유산이 2.0배라고 보고한 적이 있지만, 같은 연구팀이 절기를 바꿔 확인한 2019년 연구에서는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금기인 것은 따로 있습니다. 코에 뿌리는 비강분무형 인플루엔자 백신은 생백신이라 임신 중에 맞지 않습니다. 국내 국가예방접종에서 임신부에게 쓰는 것은 주사형 불활화 백신입니다.
백일해(Tdap) — 무료가 아닌 쪽
Tdap은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를 함께 예방하는 성인용 백신입니다. 질병관리청과 대한감염학회의 권고는 이렇습니다.
- 접종 시기 — 임신 27~36주. 이 구간 안에서도 이른 쪽(27주에 가깝게)이 낫습니다.
- 매 임신마다 — 지난 임신 때 맞았어도 다시 맞습니다. 한 번 맞은 항체가 다음 아기까지 지켜 줄 만큼 남지 않습니다.
- 임신 중에 놓쳤다면 — 분만 후 되도록 빨리 맞습니다.
- 비용 — 본인 부담입니다. 서울시 서북병원 공개 기준 43,700원(2026년 9월)인데, 비급여라 의료기관마다 다릅니다. 다만 지자체 지원이 있는 곳이 있습니다.
시기가 정해진 것은 항체가 태반을 건너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임신 3기에 맞으면 엄마의 항체 반응이 가장 높아지는 때와 맞물려 아기가 항체를 지니고 태어납니다. 신생아 백일해 예방효과는 자료에 따라 69~98%로 보고되고, 출산 후나 분만 14일 이내 접종은 영아 보호효과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허가 범위를 벗어난 사용도 아닙니다 — 부스트릭스와 아다셀 모두 식약처로부터 임신 3기 접종 적응증을 받았습니다.
아기가 스스로 백일해를 막을 첫 접종(DTaP 1차)은 생후 2개월입니다. 그 두 달을 엄마가 미리 만들어 준 항체로 버티게 하는 것이 임신 중 Tdap의 목적입니다.
백일해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통계를 보는 편이 빠릅니다. 2024년 신고는 48,048건으로 2023년(292건)과 비교가 되지 않았고, 사망 1명은 1차 접종 전인 생후 2개월 미만 영아였습니다. 2025년에는 5,491건으로 줄었으니 2024년이 예외적으로 큰 해였다는 뜻이지만, 유행이 돌 때 위중해지는 것은 늘 아직 접종을 시작하지 못한 아기입니다.
여기가 요점 — 지자체가 Tdap을 지원하는 곳이 있습니다
Tdap은 국가 사업이 아니지만, 자체 예산으로 임신부 Tdap을 무료 지원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습니다. 국가 사업이 아니라 사는 곳에 따라 있기도 없기도 하고,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 보건소에서 직접 맞는 곳 — 서울 서대문구는 보건소 예방접종실에서 연중 화·목요일에 접종합니다. 신분증, 임신확인증, 가족관계증명서나 등본을 가져갑니다.
- 위탁의료기관에서만 맞는 곳 — 서울 관악구는 위탁의료기관 23곳에서 접종하고 보건소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임신 27~36주 또는 출산 후 2개월 이내가 대상입니다.
- 배우자까지 지원하는 곳 — 청주시는 2026년 1월부터 임산부와 배우자(사실혼 포함), 진천군은 2026년 7월부터 임산부와 돌봄 가족까지 지원합니다. 배우자는 최근 10년 이내 접종력이 없는 경우가 대상입니다.
놓치기 쉬운 조건이 둘 있습니다. 배우자의 거주지 기준이 지자체마다 다르고(관악구는 임산부만 구민이면 됩니다), 더 중요하게는 관악구 안내에 “예산 소진 시 종료”라고 적혀 있습니다. 27주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전화했을 때 이미 끝나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27주가 되어서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보건소에 전화해 세 가지를 묻는 편이 낫습니다.
- 우리 동네에 임신부 Tdap 지원이 있는가, 있다면 올해 예산이 남아 있는가.
- 보건소에서 맞는가, 지정된 병원에서 맞는가. 병원이라면 목록을 받는다.
- 배우자도 대상인가. 대상이면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가.
아기를 만날 어른들 — 코쿠닝
신생아에게 백일해를 옮기는 사람은 대개 집 안의 어른입니다. 그래서 아기와 가까이 지낼 성인에게도 Tdap을 권하는데, 이것을 코쿠닝이라고 부릅니다.
- 대상과 시점 — 아빠, 조부모처럼 신생아와 밀접하게 접촉할 성인 가운데 최근 10년 이내 접종력이 없는 사람. 아기와 만나기 최소 2주 전에 맞습니다.
- 배우자는 임신부와 같은 날 동행해 맞는 것을 권하는 지자체가 많고, 경기 의왕시처럼 “출생 6개월 이내 영아의 부모와 (외)조부모”까지 대상에 넣은 곳도 있습니다.
접종하는 날 챙길 것
- 산모수첩이나 임신확인서를 가져갑니다.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의 증빙이고, Tdap 지자체 지원에서도 같은 서류를 요구하는 곳이 많습니다.
- 접종 후 20~30분은 의료기관에 머무릅니다. 즉시형 이상반응은 대부분 이 시간 안에 나타납니다.
- 접종 부위가 붓거나 하루 이틀 미열이 있는 것은 흔한 반응입니다. 다만 임신 중 발열은 그냥 넘기지 말고 담당 의료진에게 알리세요.
- 수유 중에도 인플루엔자와 Tdap은 접종할 수 있습니다.
무료냐 아니냐가 한 번 더 갈리는 곳 — 피해보상
차이는 비용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국가예방접종으로 맞은 뒤 이상반응이 생기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소지 보건소에 피해보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본인부담 진료비 30만 원 이상, 기한은 발생일로부터 5년). 임신부 인플루엔자는 여기에 들어가지만, 본인 부담으로 맞은 Tdap은 원칙적으로 들어가지 않고 약사법에 따른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쪽을 안내받습니다.
임신부에게만 해당하는 조항도 있습니다. 지원사업 안내서는 “임신 중 모체가 예방접종을 받을 당시 태아였던 출생아에게 발생한 질병·장애·사망”에 대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정리
- 인플루엔자 — 주수와 관계없이, 2026년 9월 2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지정 의료기관·보건소에서 무료. 산모수첩이나 임신확인서를 챙깁니다.
- 백일해(Tdap) — 임신 27~36주에, 임신할 때마다. 27주가 되기 전에 보건소에 지자체 지원을 먼저 물어봅니다.
- 아기와 만날 어른들 — 10년 이내 접종력이 없다면 아기를 만나기 2주 전까지 Tdap.
- 생백신(MMR·수두 등) — 임신 중에는 맞지 않고, 임신 전에 끝냅니다.
참고한 자료
-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 인플루엔자 예방접종(2026-2027절기)
- 질병관리청 — 2026년 국가예방접종 지침(9. 9. 수정)
- 대한감염학회 — 2019년 권장 성인예방접종표(임신부 인플루엔자·Tdap·생백신 금기)
- 질병관리청 보도참고자료 — 이른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응해 국가예방접종 앞당긴다(2026. 9. 16.)
-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2026. 9. 11.)
-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 임신부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안내서(2019. 10.)
- Thompson MG 외 — 임신 중 인플루엔자 관련 입원에 대한 백신 효과, Clin Infect Dis (2019)
- Omer SB 외 — 임신부 인플루엔자 접종 임상시험 통합 분석, Lancet Respir Med (2020)
- Mertz D 외 — 임신부의 인플루엔자 중증도에 관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 Vaccine (2017)
- 임신 중 인플루엔자 접종과 산모·자녀의 건강 결과: 국내 인구기반 코호트 연구, Clin Pharmacol Ther (2025)
- Donahue JG 외 — 인플루엔자 백신과 자연유산: 2012-13~2014-15절기 재검증, Vaccine (2019)
- Sahni LC 외 — 모체 접종의 영아 인플루엔자 입원·응급실 방문 예방 효과, JAMA Pediatr (2024)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백일해
-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 2025년에는 어떤 감염병이 유행했나(2026. 6. 29.)
-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지원 대상 백신과 연령)
-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 예방접종 피해 국가보상제도
- 질병관리청 주간건강과질병(PHWR) — 국내 2024년 법정감염병 신고 현황: 감시보고
- 금천구보건소 — 임신부 예방접종 안내
- 관악구보건소 — 임산부 및 배우자 백일해 무료 예방접종
- 서대문구보건소 — 성인 유·무료 예방접종(임신부·배우자 Tdap)
- 의왕시 보건소 — Tdap(파상풍·백일해·디프테리아) 예방접종 지원
- 보건복지부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 임신 전 예방접종
-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 예방접종 비용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