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사실을 알리고 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아들이야, 딸이야?"입니다. 몇 년 전까지는 "32주는 지나야 알려 준대요"가 정답이었고, 병원에서는 "파란 옷 준비하세요" 같은 돌려 말하기가 오갔습니다. 지금은 그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언제든 들을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언제 들은 답이든 똑같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수에 따라 정확도가 꽤 다릅니다.
이 글은 세 가지를 차례로 다룹니다. 법이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지, 초음파와 니프티로 보는 성별이 주수별로 얼마나 정확한지, 그리고 널리 퍼진 속설이 연구에서 어떤 결과를 받았는지입니다.
먼저 법 — 32주 규정은 2024년에 사라졌습니다
의료법 제20조 제2항은 임신 32주 이전에는 진료하다가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임부나 가족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1987년에 생긴 성별 고지 금지가 2008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거쳐 2009년에 이 형태로 바뀐 것입니다.
- 2024년 2월 28일 — 헌법재판소가 제2항을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습니다(2022헌마356 등). 단순위헌이라 결정 즉시 효력을 잃었습니다.
- 2024년 12월 20일 — 국회가 의료법을 고쳐 제2항을 삭제했습니다(법률 제20593호).
헌재가 제2항을 없앤 논리는 이렇습니다. 32주 이전의 성별 고지를 막는 것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목적에 맞는 수단이 아니고,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결정문은 남아선호 사상이 크게 약해졌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5년 출생통계(잠정)에서 여아 100명당 남아 수를 뜻하는 출생성비는 105.8명으로 정상 범위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몇 주차든 초음파나 니프티 같은 진료에서 확인된 성별을 의사가 알려 줄 수 있고, 임부도 언제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궁금하면 진료 때 물어보면 됩니다. 다만 성별이 보이는지는 주수와 아기 자세에 달려 있어서, "아직 잘 안 보인다"는 답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가 아래 내용입니다.
초음파 — 11주와 13주는 전혀 다른 검사입니다
임신 초기의 초음파는 외부 생식기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아직 모양이 갖춰지지 않은 생식결절이 어느 쪽으로 향하는지를 봅니다. 태아를 옆에서 본 단면에서 생식결절이 등 쪽 피부선보다 30도 넘게 위로 들려 있으면 남아, 나란하거나 아래로 향하면 여아로 봅니다. 흔히 "각도법" 또는 "너브(nub) 이론"이라고 부르는 방법이 이것입니다.
이 방법을 처음 체계적으로 확인한 연구는 1999년 영국 킹스칼리지병원 태아의학 연구팀의 것입니다(Efrat 등, Ultrasound in Obstetrics & Gynecology). 11~14주 단태아 172명을 조사했고 주수별 정확도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 11주 — 70.3%. 틀린 쪽은 주로 남아였습니다. 남아의 56%를 여아로 판정했고, 여아를 남아로 본 경우는 5%였습니다. 11주에 들은 "딸 같아요"가 가장 흔들리기 쉬운 답이라는 뜻입니다.
- 12주 — 98.7%
- 13주 — 100%
다만 이 숫자는 좋은 조건에서 나온 것입니다. 태아의학 전문 기관에서, 융모막검사를 하기 직전에 정확한 단면을 맞춰 잰 결과입니다. 2025년에 28개 연구를 모은 메타분석(Amankona 등, Journal of Ultrasound)에서는 1삼분기 정확도가 평균 85%, 2·3삼분기는 중앙값 99%였고, 민감도는 11주 69%, 12주 89%, 13주 96%로 올라갔습니다. 여러 연구를 정리한 리뷰(Odeh 등, Obstetrics & Gynecological Survey, 2009)는 12주 전에는 성별 판정을 시도하지 말라고 권하고, 13주를 넘기면 외부 생식기에 기형이 없는 한 99~100% 정확하다고 정리했습니다.
- 못 보는 날도 있습니다. 13~19주 임신부 100명을 본 1990년 연구(Watson, Journal of Reproductive Medicine)에서는 9명의 성별을 판정하지 못했고, 관련된 요인은 산모의 비만과 태아가 거꾸로 앉은 자세(둔위)였습니다. 이 오래된 연구의 정확도는 92.3%였고, 검사자의 경험이 쌓일수록 오류가 줄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 인터넷에 12주 초음파 사진을 올려 각도를 봐 달라는 글이 많습니다. 연구의 정확도는 검사자가 정확한 옆 단면을 직접 맞춰 판정한 값이라, 이미 찍힌 사진 한 장을 다른 사람이 보고 판단하는 것과는 조건이 다릅니다.
니프티로 보는 성별 — 초음파와 무엇이 다른가
니프티(NIPT) 같은 태아 DNA 선별검사는 임신 10주부터 받을 수 있고, 산모 혈액에 섞인 태아 유래 DNA에서 Y 염색체 조각이 보이는지로 성별을 봅니다. 초음파가 모양을 보는 검사라면 이쪽은 염색체를 보는 검사입니다.
혈액 속 태아 DNA로 성별을 판정한 57개 연구를 모은 2011년 메타분석(Devaney 등, JAMA)에서 주수별 민감도는 7주 전 74.5%, 7~12주 94.8%, 13~20주 95.5%, 20주 이후 99.0%였습니다. 저자들은 7주 이전의 혈액 검사와 소변으로 하는 검사는 믿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5주부터 성별 확인" 같은 광고를 볼 때 기억해 둘 만한 대목입니다.
니프티 성별과 나중에 초음파로 본 성별이 다르게 나오는 일도 드물게 있습니다. 대부분은 검사의 한계로 끝나지만, 미국 위스콘신대 태아의학팀은 이 불일치가 외부 생식기 발달 이상이나 부신 기능 문제를 일찍 찾는 단서가 된 두 사례를 보고했습니다(Iruretagoyena 등, Journal of Perinatology, 2015). 두 결과가 어긋나면 "하나가 틀렸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담당 의사에게 말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운영자의 경우 — 니프티 결과지의 "Male", 16주 초음파에서 확인
운영자는 성별을 두 번에 나눠 알게 됐습니다. 처음은 니프티 검사였습니다. 받은 결과지의 성별 항목에 "Male"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16주차 초음파였습니다. 이때 초음파로 남자아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앞의 연구들에 비춰 보면 두 검사가 같은 답을 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니프티는 혈액 속 태아 DNA에서 Y 염색체를 찾아 성별을 보는 검사이고, 16주 초음파는 13주를 넘긴 시점이라 생식결절의 방향이나 외부 생식기 모양으로 성별을 보는 검사입니다. 서로 다른 것을 보는 두 검사가 같은 답을 냈으니, 한 가지 검사만으로 들었을 때보다 믿을 근거가 하나 더 있는 셈입니다. 두 결과가 어긋났다면 위에 적은 대로 담당 의사와 따로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였을 것입니다.
운영자의 경험은 한 사람의 사례입니다. 니프티 결과지에 성별이 어떻게 적히는지는 검사 제품과 병원마다 다를 수 있고, 몇 주차 초음파에서 성별이 보이는지도 아기의 자세에 따라 달라집니다.
성별이 의학적으로 중요한 경우
대부분의 임신에서 성별은 궁금증의 문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혈우병이나 뒤셴 근이영양증처럼 X 염색체를 따라 유전되는 질환은 남아에게 주로 나타나서, 가족력이 있으면 성별이 융모막검사나 양수검사 같은 침습적 검사를 할지 말지를 가르는 정보가 됩니다. 앞의 1999년 연구도 초음파 성별 판정의 임상적 가치를 여기에서 찾았고, 이런 결정은 12주 이후에 내리라고 권했습니다. 집안에 이런 병력이 있다면 첫 진료 때 먼저 말해 두세요.
속설은 연구에서 어떻게 나왔나
성별을 모르는 기간에는 여러 방법으로 점쳐 보게 됩니다. 재미로 해 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아기 옷을 사거나 방을 꾸미기 전에 결과가 어땠는지 알아 두면 좋습니다.
- 심박수(140 넘으면 딸) — 맞지 않았습니다. 14주 이전 초음파를 받은 477명을 추적한 연구(McKenna 등, Fetal Diagnosis and Therapy, 2006)에서 평균 심박수는 여아 151.7회, 남아 154.9회로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고, 평균만 보면 오히려 남아가 조금 높았습니다.
- 배 모양(앞으로 뾰족하면 아들) — 맞지 않았습니다. 성별을 모르는 임신부 104명을 조사한 존스홉킨스대 연구(Perry 등, Birth, 1999)에서 배 모양, 입덧, 이전 임신과의 비교 어느 것도 성별과 관계가 없었습니다.
- 중국 달력(엄마 나이와 임신한 달로 보는 표) — 동전 던지기와 같았습니다. 1973~2006년 스웨덴 출생아 284만 명에 적용해 본 연구(Villamor 등, Paediatric and Perinatal Epidemiology, 2010)에서 일치도는 사실상 0이었고, 연구진은 "이 결과로 아기방을 칠하지 말라"고 적었습니다.
- 입덧이 심하면 딸 — 절반만 맞습니다. 입원할 정도로 심한 입덧(임신오조)을 겪은 산모에게서 딸이 더 많았다는 스웨덴 연구(Askling 등, Lancet, 1999)가 있습니다. 하지만 집단 전체에서 비율이 한쪽으로 기운 것이지, 한 사람의 입덧으로 성별을 맞힐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통 정도의 입덧은 앞의 1999년 존스홉킨스 연구에서 성별과 관계가 없었습니다.
주차별로 정리하면
- 7주 이전 — 혈액·소변 성별 검사 모두 믿기 어렵습니다.
- 10주 이후 — 니프티 같은 태아 DNA 선별검사에서 성별을 볼 수 있습니다. 원래 목적은 염색체 선별검사이고 비급여입니다.
- 11~13주 — 목덜미투명대 초음파 무렵입니다. 각도로 추정할 수 있지만 11주는 틀릴 가능성이 크고, 특히 "딸"이라는 추정이 잘 뒤집힙니다.
- 14~16주 이후 — 보이기만 하면 초음파 판정은 대부분 맞습니다. 자세 때문에 못 보는 날이 있을 뿐입니다.
- 20~24주 — 정밀초음파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면서 대개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참고한 자료
- 헌법재판소 2024. 2. 28. 2022헌마356 등 — 의료법 제20조 제2항 위헌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 — 의료법 제20조(태아 성 감별 행위 등 금지)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태아 성(性) 고지 행위
- 통계청 — 2025년 출생·사망 통계(잠정)
- Efrat Z, et al. First-trimester determination of fetal gender by ultrasound. Ultrasound Obstet Gynecol. 1999
- Amankona E, et al. Effectiveness of prenatal ultrasound in fetal sex identifica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Ultrasound. 2025
- Odeh M, et al. Sonographic fetal sex determination. Obstet Gynecol Surv. 2009
- Watson WJ. Early-second-trimester fetal sex determination with ultrasound. J Reprod Med. 1990
- Devaney SA, et al. Noninvasive fetal sex determination using cell-free fetal DNA. JAMA. 2011
- Iruretagoyena JI, et al. Discrepancy in fetal sex assignment between cell free fetal DNA and ultrasound. J Perinatol. 2015
- McKenna DS, et al. Gender-related differences in fetal heart rate during first trimester. Fetal Diagn Ther. 2006
- Perry DF, et al. Are women carrying "basketballs" really having boys? Birth. 1999
- Villamor E, et al. Accuracy of the Chinese lunar calendar method to predict a baby's sex. Paediatr Perinat Epidemiol. 2010
- Askling J, et al. Sickness in pregnancy and sex of child. Lancet. 1999